ⓒ시사IN 윤무영
이름을 불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제히 일어난 관객들은 손뼉 대신 양손을 흔들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한 장면이다.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윤여정이 수어로 수상자의 이름을 불렀다. 관객들은 박수를 뜻하는 수어로 양손을 흔들며 축하를 건넸다.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트로이 코처를 배려했다. 코처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에 출연했다. 그를 위한 침묵의 순간은 ‘별들의 축제’에서 가장 밝게 빛났다.
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비장애인을 비장애 배우가 연기하듯, 장애인 배우가 장애인의 삶을 연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일을 하기엔 장애인들이 설 자리가 너무 좁다. 스포츠, 영화와 드라마, 공연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장애인들은 많지만 무대가 항상 열려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은 본능을 좇잖아요. 조금 더 건강한 상태, 수려한 외모.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쓰는 순간 매력적인 요소들이 없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차해리(33)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파라스타) 대표의 말이다. 파라스타는 국내 최초 장애인 아티스트 전문 기획사다. 한민수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과 YTN 앵커 출신 차 대표가 함께 2020년에 설립했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주축으로 시작했지만, 대중문화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아티스트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패럴림픽에도 출전하는 현역 장애인 운동선수와 모델, 배우, 작가 등 장애인 아티스트 약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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